국내 식품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등에 업고 17억명 인구의 무슬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할랄 인증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슬람 신도가 먹을 수 있도록 처리·가공된 식품을 의미한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집중적으로 국내외 기구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뒤 올해 수출 판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 중인 햇반, 김치, 김을 올해 중동에까지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출 품목에 지난해 웰빙간식으로 출시한 김스낵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할랄 제품 수출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40억원으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CJ제일제당의 할랄 수출액은 2012년 3억4천만원, 2013년 5억원, 2014년 12억원, 2015년 20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새로운 식문화가 전파되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기 어렵기에 아직은 매출 규모가 미미하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며 "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할랄 인증을 받은 밀키스와 알로에주스. <롯데칠성음료 제공>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밀키스와 알로에주스를 앞세워 할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올해 말레이시아에 밀키스 100만캔(250㎖ 기준), 알로에주스 75만페트(500㎖ 기준)를 수출할 계획이다.
밀키스와 알로에주스의 경우 할랄 인증을 받기 전부터 말레이시아에 수출해 연간 4∼5억원 실적을 올렸지만, 할랄 인증을 받게 된 만큼 수출액이 늘어날 것으로 롯데칠성음료는 기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말레이시아 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동 지역 등으로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 메로나 등 2종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고 지난해 하반기 말레이시아에 바나나맛 우유 50t(약 12만 달러) 물량을 수출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한 물량에 대한 현지 반응에 따라 올해 추가로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식품 베지밀 제품. <정식품 제공>
정식품은 지난해 연말 할랄 인증을 받은 베지밀 두유 8종 10만팩(약 50만 달러)을 중동 현지 유통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고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했다.
정식품은 중동 현지 대형마트 중심으로 판매점을 확대해 향후 5년간 중동 시장에서 200만팩, 100만 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도 조제분유, 멸균유 등의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으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동 등지로의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이처럼 할랄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할랄 시장이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7억명이 잠재적 소비자인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할랄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 달러(세계할랄포럼 기준)를 넘어섰고 오는 2019년에는 2조5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