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식품 인증획득 4~6개월, 2천만원소요
국내에 할랄식품인증기관 설치서둘러야
한국체류 무슬림 13만명, 관광객 75만명
무슬림관광객 대상 할랄전문식당 증설 필요
할랄은 ‘허용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의약품·화장품 등을 말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지금 할랄식품 시장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할랄식품의 이해와 관련시장 진출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장건 원장을 만났다.
2019년에 2,800조로 증가 전망
“이슬람교도인 무슬림들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할랄(Halal) 식품만을 먹습니다.
할랄식품 중 육류는 쇠고기는 먹지만 주로 양과 닭고기 등 일부 육류에 국한해 먹을 수 있습니다.”
“가축을 도살할 땐 ‘신의 이름으로 도축해 먹겠다’며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라는 말로 기도를 드린 뒤 가축을 잡습니다. 죽음의 고통을 줄여주려고 예리한 칼로 단숨에 정동맥을 끊습니다.
가축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피, 동물성기름, 젤라틴 등은 식품재료로 일체 혼입하지 못 합니다. 따라서 초코파이, 라면 등을 생산할 때도 일체의 금기식품을 못 넣게 되지요.다만 곡물, 채소, 과일 등 모든 식물성 식품과 생선, 조개 등 해산물은 먹습니다.
그러나 물고기 중 비늘이 없는 장어, 미꾸라지 등은 금기식품인 ‘하람(Haram)식품’으로 지정돼 못 먹습니다. 돼지고기나 개고기, 알코올 등도 ‘하람식품’입니다.“ “재료와 식품도 율법규정에 따라 허용된 전용차량으로만 운송할 수 있습니다. 판매도 전용코너에서만 가능하죠.”
현재 할랄식품을 먹는 무슬림은 57개국에 16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이집트를 비롯해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국민들이 할랄식품을 먹는다. 이슬람국가인 인도에 1억8천만 명, 중국에 2천500만 명의 무슬림이 있어 실제로는 전 세계 인구의 1/4인 18억 명이 할랄식품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2013년도 기준으로 할랄식품 시장규모는 무려 1천400조 원이었다. 업계에선 2019년이면 그 두 배인 2천800조 원의 거대한 할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침체된 국내식품업계에 새 활로
한국의 농수산식품 수출은 주로 일본, 중국, 대만, 홍콩을 비롯한 동아시아권에 치중돼 있다. 지난해 수출규모는 7천300억 원 규모로 지구촌 할랄식품 수출의 0.2%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동아시아권으로의 식품수출 둔화, 특히 홍콩시장 수출량이 50% 격감되는 등 국내 식품시장이 크게 침체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할랄식품 수출시장 진출에 힘써야 합니다.”
정부는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 활로 모색과 수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시책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업계에선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내 100여개 업체가 참가한 ‘할랄엑스포코리아2015’를 개최하는 등 할랄식품 수출 확대와 정보 교류 공유에 힘쓰고 있다.
할랄식품 인증기관 유치, 전문식당 증설에 힘써야
한편, 장건 원장은 할랄산업의 확대와 수출시장 개발 촉진을 위해 우선, 공신력과 신뢰성을 지닌 국내 할랄식품인증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에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운영 중인 서울 이태원 사원에 한국인증기관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체 인증수준이 세계수준에 미달해 이슬람국가의 인증을 받아야 할 처지다.
글로벌 인증획득을 하려면 서류와 현장 심사 등 체재기간만 4~6개월에 체재비용은 약 2천만 원(2인 기준)이 소요된다.
“우리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인증비용 중 90%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 인도네시아의 무위(MUI), 싱가포르의 무이스(MUIS)에 준하는 한국 내 인증기관 설치를 서둘러야 합니다.”
또 장건 원장은 세계 각국 할랄식품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는 국가별 할랄식품시장 조사를 신속하게 기업과 농업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무슬림은 우리 국민의 0.2%인 13만 명에 이른다. 그리고 지난해 돈 많은 무슬림관광객 75만 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한국의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 구입, 성형수술 중심의 의료관광 등을 위한 부유층 무슬림관광객은 매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기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할랄 전문식당이 10곳도 안 된다. 그것도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고, 품격 높은 고급 할랄식당이 없어 무슬림관광객들이 멀리 남이섬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도 한다.
“국내에 할랄식당이 턱없이 부족해 무슬림관광객은 가방에 한국 체류시 먹을 할랄식품을 번거롭게 들고 옵니다.
우리 정부는 이점에 주목 무슬림대상 할랄식품전용 매장 또는 품격을 지닌 고급식당 증설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내 할랄산업 발전에 기여할 터”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은 지난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허가받은 국내 유일의 연구기관입니다. 연구원은 연구와 교육, 대기업과 농어민을 대상으로 할랄식품 국제인증 대행과 복잡한 할랄식품 수출 상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은 중동비즈니스의 독특한 특성을 감안해 중동경제만을 15년간 연수한 경제전문가를 비롯해 중동 경영·문화 전문 학자와 교수가 연구요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국내 할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할랄식품 전문가, 세일전문가 연수와 관련기업 육성에 힘쓰는 한편, 농업인 중심의 공동가공시설 전체 할랄인증 취득과 컨설팅 등 다양한 협력사업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무슬림국가들은 가파른 출산율 증가에 연평균 1인당 GNP가 6.8% 성장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인 5%를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할랄식품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확대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 농업인들도 할랄산업의 동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채희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