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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할랄 캡쳐 Halal Capture
마카 Minarets_in_Makkah_(Mecca) (사진 (CC)Basil D Soufi by 위키미디어커먼스)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 이야기다. 둘 사이엔 넘나드는 통로가 있는 반면 넘사벽 경계도 존재한다. ‘할랄(halal)’은 허용한 것이라는 뜻, 반면에 ‘하람(Haram)’은 금지된 것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가 18억명이 넘는다. 한국에도 23만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으며 그 중 한국인의 수는 3만5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제 할랄은 종교를 넘어 비즈니스의 개념이 되었고 일상으로 들어오는 문화가 되었다. 일단 잡아 둘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할랄 푸드란 무엇인가
‘할랄 푸드’란 이슬람 율법에 입각해 생산된 식재와 그것으로 만든 식품을 말한다. 이슬람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을 이행하는 일상으로 기도와 할랄을 꼽는다. 때가 되면 기도처를 찾아 기도하고 먹을 땐 반드시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과 식당을 찾는다. 할랄의 범위는 식품을 넘어 공산품까지 포괄하지만 일상에서 제일 흔히 접하는 것은 역시 음식이다. 할랄 푸드 이해를 위해 ‘다비하Dhabihah’ 이야기를 잠시 해본다. 다비하란 ‘이슬람식 도축법’을 뜻한다. 율법을 따라 도축한 고기, 그 고기의 성분이 들어간 가공식품도 다비하에 속한다. 그들의 도축법은 ‘잔인해 보이고’, 빠르다. 죽일 가축의 머리를 사우디아라비아 마카주의 주도인 ‘마카 Makkah(이슬람 출발지인 메카가 본명이었으나 메카가 일반명사화 되자 마카로 바꿈)’를 향해 놓는다. 가축을 죽이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이슬람 교도’여야 한다. 그는 ‘비스밀라 이르라흐만 이르라힘~~알라후 아크바르!(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 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친 후 날카로운 칼로 가축의 목과 정맥과 식도를 한번에 긋는다. 양의 심장에 칼을 찔러 단숨에 죽이는가 하면 닭의 경우 단칼에 목을 잘라 죽인다. 잔인해 보이지만 ‘고통없이 죽인다’는 자비의 개념을 지닌 행위다. 동물을 죽이는데 감히 자비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온당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있을 수 있는 도축행위를 인정하되 가급적 죽임을 당하는 동물이 긴 고통 속에 죽게 하지는 않겠다는 그들의 뜻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기충격’으로 도살하는 비무슬림 국가의 법률도 그 맥락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할랄 이외의 음식은 ‘비할랄’로 표현된다.
마카 Makkah(Mecca) (사진 (CC)Basil D Soufi by 위키미디어커먼스)
마카 Makkah (사진 (CC)Ismael Cacharro by 위키미디어커먼스)
비할랄을 넘어 ‘금지된 음식’을 뜻하는 ‘하람 Haram’ 또한 율법에 근거한 것으로 돼지고기, 동물의 피, 자비하(?????????), 즉 이슬람 율법에 의한 도축 방식을 따르지 않은 동물의 고기, 발굽이 갈라지지 않은 네 발 짐승, 송곳니가 있는 동물, 때려 죽인 동물, 목 졸라 죽인 가축,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죽인 동물, 술 또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모든 음식 등도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지 음식이나 그것에서 추출한 성분을 함유한 식품까지 먹어서는 안된다. 아시아 과자 시장의 강자 초코파이가 ‘젤라틴 성분 가운데 돼지기름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것도 좋은 사례다. 할랄의 범위는 육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통닭에 들어가는 소스, ‘라면’, ‘우유’, ‘빵’, ‘파이’, 과자’, ‘김치’ 등 사람들이 먹는 모든 음식들이 ‘할랄과 비할랄’로 나뉜다. 더 나아가 화장품, 의약품, 옷, 신발, 건축까지도 할랄의 규범이 적용되고 있다. 결국 사람의 일상에 신성을 개입시킴으로써 격식과 격조를 지키라는 것이 규범의 목적으로 보인다. 할랄은 종교적으로는 많은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행위이지만 ‘먹거리’ 하나만 놓고 생각해 보면 훌륭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인증 내용’을 보면 적지 않은 부분이 ‘좋은 먹거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할랄 인증 조건은 원료의 성분, 조합, 변형, 생산 설비, 가공법, 보관법 등 일반적인 식품 허가 조건보다 비교적 엄격하다. 일상에서는 예외 조항을 두기도 하지만 산업으로서의 식품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할랄 푸드가 자연친화적인 규정을 지니고 있고, 의도했든 아니든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다. 할랄 인증 식품이 이슬람권뿐 아니라 웰빙 식탁을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래서 음식에 까다로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한국에도 할랄 식품 매장이 늘어나야 하고 인증마크 부착 의무 제도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물론 당장 ‘할랄 식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이태원 이슬람중앙성원으로 중심으로 하는 ‘우사단10길’에 가면 무슬림을 겨냥한 마트들이 몇 곳 있는데, 적지 않은 품목의 ‘할랄 인증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할랄의 경제학…할랄엑스포
지난 8월 7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할랄엑스포코리아 2015’에 다녀왔다. 엑스포가 열렸다는 것은 할랄이 이제 단순한 문화적 호기심을 떠나 경제적 개념으로 접근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18억명의 이슬람 교도들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할랄 식품’만 먹는다. 기업에서 볼 때 그것은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중동 산유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이슬람 인구가 많은 국가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유럽의 무슬림들이 소비하는 할랄 식품의 규모가 2012년 기준 약 1조900억 달러였고 2018년에는 1조6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슬람인구의 비약적인 성장도 시장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다. 현재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인구 증가율은 거의 제로 상태거나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분류되어 있던 남아시아, 서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국가들은 가파른 인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을 지배하는 종교가 이슬람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엑스포 현장은 ‘할랄 인증 업체’와 ‘인증 준비 업체’들의 부스로 가득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할랄 푸드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부스를 만들어 자사 제품을 전시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엑스포 현장은 산업 규모와 현황을 맛보기 정도로 보여줄 뿐 관람객 일상과의 결정적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었다. 또한 어떤 부스가 인증 업체이고 어떤 부스가 준비 중인 업체인지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소비자 관객’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할랄 인증 식품, 특히 한국 기업에서 만드는 식품이 국내용이 아닌 100퍼센트 수출용이기 때문에 ‘구분’ 자체가 별 의미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할랄 인증 식품을 먹고 싶어졌다’는 사실이다.
남아시아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지에서 사 먹어본 경험이 있겠지만 할랄 농심라면, 할랄 신라면, 할랄 청정미역, 할랄 한성김치, 할랄 올리브유, 할랄 재래김 등에 대해 관람객들은 신기한 시선을 보냈다. 그 흔한 ‘시식 코너’가 없다는 게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세계 할랄 라면을 석권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인도미에’라면 시식 코너는 ‘맛 보기 한 컵’을 위해 긴 줄이 생기는 등 뜨거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필자도 줄을 두 번이나 서서 두 컵을 먹어보았는데, 맛에서 일반 라면과 결정적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단지 남아시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조금 달랐을 뿐이다. 그 또한 지역 식재가 주는 특징이지 할랄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일은 아니었다.
할랄 식품의 확대는 두 가지 경제적 미래 가치를 예상하게 한다. 첫째, 할랄 음식점이다. 지금은 주로 주한 이슬람교도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이태원 우사단10길, 경리단길 언덕, 동대문 인근 등에 국한되어 있는 할랄 레스토랑의 지역 범위가 앞으로 조금씩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종교를 떠나 할랄 식품 고유의 가치에 공감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뉴욕에, 런던에, 암스테르담에 할랄 레스토랑이 생겼고, 우리나라 또한 그런 추세가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태원 할랄 레스토랑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그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이슬람교도 일색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터키, 두바이 등 아랍권과 쿠알라룸푸르, 발리, 자카르타 등 아시아의 골수 이슬람국가를 여행하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행 중 맛보았던 현지 레스토랑의 메뉴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미 이태원 메인 거리와 홍대앞에 정통 할랄 레스토랑 ‘두바이’와 할랄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생겼다. 이미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터키 음식점, 케밥 전문점의 약진도 미래 산업으로서의 할랄 식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다. 할랄 문화의 중요한 아이콘인 ‘양고기’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국내 할랄 식품 시장의 확대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양고기가 할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주로 중동 지역과 남아시아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 계단에는 할랄 식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한 것이다.
새로운 직업 <할랄인증심사원>
국내에서 할랄 식품 인증을 받으려면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국제할랄인증원(IHC) 등 공인 인증원의 인증마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인증을 받는다 해도 업체 내부에 할랄 규정을 관리하고 모니터링 하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즉 ‘인증심사원’이 앞으로 새로운 직종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심사원이 되려면 위 두 인증원, 또는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등에서 연중 실시하는 ‘아카데미’에 참여해야 한다. 물론 국내 인증 심사원이 국제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확장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할랄 식품 시장에서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심사원 공급을 생각해 볼 때 식품에 관심이 있고 이슬람 문화에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진:인도네시아 할랄 인증 마크)
이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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