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곧 할랄 육성책 마련]
BBQ·롯데리아 등 외식업체 할랄 인증… 印尼·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진출 활발 제조업체는 인증 까다로워 수출 어려움, 신라면·초코파이… 430개 상품만 획득 작년 수출 7300억원, 전체 0.1%도 안돼 이슬람 관광객 한해 75만명 달하지만 할랄식당 6곳뿐… 내수 확대책도 필요
"오는 8월 7~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할랄 엑스포 코리아 2015'에서는
국내외 100여개 업체가 참가해 할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맹우승 이사는 "민간에서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공략~~"(중략)
18억명에 달하는 전 세계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이 먹는 '할랄(Halal)' 식품 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수출 무대가 되고 있다. 할랄 시장은 이미 1조달러(2012년 1조880억달러·약 1200조원) 시장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1조5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할랄 식품이란, 이슬람 율법에 규정된 방식으로 만든 식재료와 음식을 말한다. 정부는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식품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할랄 식품 육성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할랄이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뒤늦게 할랄 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까다로운 인증 절차 등으로 수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 시장도 연간 이슬람 관광객이 75만명에 달하지만, 국내 할랄 음식점은 여전히 6곳에 불과하다.
◇1200조원 할랄 시장 뚫어라
할랄 식품을 수출하려면 '할랄 인증'이 필수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유일하게 할랄 인증을 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만 동등하게 인정되며,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에 수출하려면 해당국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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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기업들도 1200조원대 할랄(Halal) 식품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까다로운 인증 절차 등을 극복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할랄 식품 수출 상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현재 우리나라는 CJ제일제당, 풀무원 등 120개 업체가 430개 상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신라면은 스프에 들어가는 소고기 성분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할랄 방식으로 도축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규정이 걸림돌이 됐다. 농심은 소고기 성분을 아예 빼고 콩과 버섯 등으로 맛을 낸 '할랄 신라면'을 개발해 2011년부터 수출하고 있다. 초코파이 역시 까다로운 관리가 요구되는 마시멜로의 동물성 젤라틴을 식물성 원료로 바꿔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국내 인증 품목은 커피, 라면, 김치, 음료, 과자 등 일부 가공식품에 국한돼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할랄 분야 선두인 다국적기업 네슬레(Nestle)가 전 세계에 85개 공장을 두고 150여가지 할랄 식품을 공급하는 데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의 80%는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할랄 농식품 수출액은 작년 기준 6억8000만달러(약 7300억원)로, 세계시장의 0.1%도 공략하지 못했다.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인증 식품 품목의 수를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가 최대 수천만원이 드는 인증 비용을 90%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인증에 드는 서류 작업 등에 최대 2년이 걸리기도 해 중소 식품업체들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뒤에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의 노장서 박사는 "최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할랄 인증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은 화교가 주도하는 경제권을 무슬림들이 되찾아오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할랄 시장을 공략하려면 '무슬림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입맛 잡아야 관광·의료 등 연계효과 커져
할랄 산업은 의료, 관광 등과 연계해 고부가 가치를 낼 가능성이 큰 분야다.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은 카타르 대사관 등의 조언으로 할랄 전용 식단을 개발해 이슬람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관광객 확대 등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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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시장의 후발 주자인 만큼 한국 고유의 맛을 현지 입맛에 접목시키는 노력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롯데리아, BBQ, 레드망고 등 한국 외식업체 진출이 활발하다. BBQ는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는 고추장 대신 칠리소스로 매운맛을 낸 '이슬람용' 양념 치킨을 인증받아 싱가포르 매장 등에서 판매한다. 이런 노력들이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지 마케팅을 위한 이슬람 식품업계 동향과 현지 정보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지난달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도해서 열린 '할랄 산업 활성화 토론회'에서는 "이슬람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식품 기업들의 호소가 쏟아졌다. 국내 식품업계 사이에서도 현지 마케팅 노하우 등을 '영업 비밀'로 여겨 다른 업체와 공유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오는 8월 7~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할랄 엑스포 코리아 2015'에서는 국내외 100여개 업체가 참가해 할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맹우승 이사는 "민간에서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공략 노하우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업체들이 가진 지식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할랄 식품의 내수 시장 확대도 시급하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75만명 가운데 20만명은 춘천의 남이섬을 찾았다. 4명 중 1명꼴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국내에 6개뿐인 할랄 식당 가운데 한 곳이 남이섬에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5개 할랄 인증 식당은 모두 서울 이태원에 있다.
☞할랄(Halal) 식품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 곡물, 야채, 과일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생선, 조개 등 모든 해산물이 포함된다. 소, 양, 닭 등 육류는 알라에게 기도한 뒤 단칼에 도살하는 방식으로 도축해야 한다. 돼지고기와 알코올은 절대 금지되며, 식품 제조 과정에 혼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증돼야만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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